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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보며 한우울만, 내몸 곳곳에 모발이식하며 연구 '황성주털털한피부과 황성주원장 기획취재

황성주털털모발이식 2012. 10. 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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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보며 한우울만, 내몸 곳곳에 모발이식하며 연구 

'황성주털털한피부과 황성주원장 기획취재






왼쪽 옆구리에서 등뼈 쪽으로 반 뼘쯤 지난 부위에 무려 28㎝나 되는 털들이 스무 가닥쯤 자라고 있다. 오른쪽 무릎에도 7㎝ 길이의 털들이 머리카락처럼 숲을 이룬다. 

 

아시아모발이식학회 회장과 미국모발이식의사회 상임이사 직함을 가진 털털한피부과 황성주 원장의 몸 곳곳에는 각각 길이가 다른 털들이 자라나고 있다. 손등·이마·목덜미·허벅지·장딴지 등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어 ‘생체실험’을 하기 때문이다. 모두 뒷머리에서 이식한 머리카락이다. 

 

‘모발을 다른 부위에 옮겨 심으면 원래의 성질을 유지할 뿐 변화가 없다’는 의학계의 정설에 의문을 품고 실험에 나서면서 자신의 몸에 모발을 이식해 연구한 결과 40년 학설을 뒤집을 수 있었다. ‘수여부영향설’, 즉 ‘옮겨 심는 밭의 영향을 받아서 자라나는 형태가 달라진다’는 그의 주장이 입증된 것이다. 

 

“손바닥에도 2군데 이식했는데 예상과 달리 놀랍게도 머리카락처럼 털이 자랐습니다. 손바닥은 피부가 얇아 모근을 깊이 심을 수 없지만 혈액순환이 좋다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 등은 피부층이 깊어 이식하는 데 안정적이지만 혈액순환은 느리죠. 다리에 이식했던 머리카락의 성장 속도가 더뎌 이를 뽑아 다시 뒷머리에 옮겨 심었더니 빨리 자랐습니다. 가슴털을 머리에 심으면 본래보다 2∼3배의 길이로 자라납니다.” 

 

2002년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황 원장은 모발이식이론의 정석을 깬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세계모발이식학회(ISHRS)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국내 성인 5명 중 1명은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외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탈모는 단순한 노화의 증상이 아닌 삶의 질을 저해하는 피부과 질환이다. 황 원장은 이러한 탈모 환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몸까지 시험대 삼아 끊임없이 연구하는 피부과 의사다. 


“눈·코·입의 크기가 각각 다른 것은 이미 우리 눈에 익숙한 일이어서 큰 차이가 없지만, 머리카락 자체가 없으면 우선 모양을 낼 수가 없습니다. 또 나이 들어 보이고 이성이 싫어하며 면접에서도 불리하죠. 모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깁니다.”


황 원장은 국내 모발이식 의학계의 선두 주자이자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선구자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전 국내에는 이렇다할 모발자격의가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모발자격의의 길을 기피한 탓에 피부과 전문의는 많았지만 모발의학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거둔 의료인은 없었다.


대머리 아버지를 보며 탈모치료와 모발이식 분야를 선택한 그는 1998년 자격의과정을 마친 뒤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파왔다. 수천 명의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모발이식술을 집도하면서 차근차근 실전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국가대표 탈모주치의로도 유명하다. 마라톤의 이봉주, 탁구 유남규, 농구 한기범 등이 그의 집도로 모발이식을 했다.


미국에는 ‘미국모발이식교과서’가 있고 아시아에는 ‘아시아모발이식교과서’가 있다. 둘 다 황 원장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책이다. 황 원장은 국내 모발이식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의사들이 공부할 수 있는 ‘한국모발이식교과서’를 펴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모발이식’(한미의학)이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모발이식학회 학술대회에 맞춰 출간됐다. 그 간의 집필경험과 수많은 연구논문, 집도를 통해 터득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특히 모발이식수술을 처음 접하는 의사들에게는 지침서가 될 듯싶다. ‘이렇게 다 알려줘도 되느냐’는 물음에 “연구란 많은 이들이 나눠 가져야 더 발전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여유롭게 응수한다.


몇 해 전 모발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모낭염에 자주 시달린다는 보고서를 보고 그는 다시 여기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보자’ ‘모발이 자리를 잡으면 나아지겠지’가 아니라 원인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체질이나 생활습관이 다른 해외 환자들의 사례를 검토해 보기도 했다. 구하는 자가 얻게 마련이다. 마침내 답을 찾았다. 답은 쉬운 곳에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갈구한 자만이 차지할 수 있는 보상이었다. 


“대부분 안정적인 이식을 위해 두피에 모낭을 깊이 심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같이 이식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깊이 들어가면 염증이 생기기 쉽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모근의 길이와 그 길이에 맞는 시술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모낭염과 같은 부작용이 따릅니다. 머리카락의 깊이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환자마다 모낭 길이를 조사해 보고 그에 따라 깊이를 깊게 또는 짧게 조절해 심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같이 이식해 보니 눈에 띄게 모낭염이 줄어들었다. 황 원장은 18일 바하마에서 열리는 세계모발이식학회에 참석해 ‘동일환자 모낭길이 차이에 따른 생착률 비교 연구’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이 같은 진료결과를 발표한다. 황 원장의 이번 논문은 세계모발이식학회 학회지(2012 9/10월)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황 원장은 “탈모 1000만명 시대로 유병률은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도 탈모를 드러내 놓고 치료하지 못하며 민간요법 등에 의지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탈모 환자들 사이에 십계명처럼 구전되는 녹찻물 린스, 머리빗, 두피마사지, 물구나무서기 등의 속설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과할 경우 오히려 탈모를 부추길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탈모는 원인과 형태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카더라’ 통신을 접하고 혼자서 마음고생을 하거나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요. 탈모와 모발이식수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너무도 많아 앞으로는 환자들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늘려가야겠어요.”

그는 모발이식수술도 무조건 빨리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탈모는 계속 진행되므로 상태를 봐가며 적절한 나이에 모발이식수술을 받는 게 좋다. 너무 빠른 나이에 하면 10년이나 20년쯤 지난 뒤 이식한 부위 말고 다른 부위의 머리가 모두 빠져 자칫 보기 민망한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발이식수술은 뒷머리카락을 뽑아 이식한다. 뒷머리털과 앞머리털은 성질이 다르다. 뒷머리털은 대머리가 되는 유전자를 지니지 않는다. 이를 뽑아 탈모된 앞쪽 두피에 옮겨 심는 것이다. 하나씩 심어야 생착률이 높다. 


세계모발이식학회에서 한국의 수준이나 위치는 어디쯤 될까. “골프나 야구가 갖는 세계 속 위상과 비교하면 될 듯싶네요.” 

모발 말고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은 이 남자, 의외로 싸이의 ‘말춤’도 출 줄 안다고 한다.


“머리카락이 없다면 직사광선 탓에 피부암 환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여름에는 그늘이 되어주고, 겨울엔 보온의 기능을 하며 때로는 충격 완충의 역할을 해내는 고마운 존재가 바로 모발입니다. 은퇴하는 날까지 이 분야를 연구해서 세계 1인자로 우뚝 서겠습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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